【전야】
「작전이 정해졌어」
심야 두시, 평소처럼 둥근테이블. 리리스는 결심을 재확인하려는 듯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은 요 이틀밤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의제는, 탈주계획.
「정말로……내일, 하는 거에요?」
예의『처형』이 바로 어제 오후의 일, 그리고 탈주를 결심한 것이 어젯밤. 그런데 탈주가내일이란 이야기는 너무나도 서두르는 것 같았다.
리리스가 말했다.
「우물쭈물할 틈이 없어. ……왜냐면『다음』이 언제일지 어떻게 알아?」
「그건 그런지만……」
내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그 차는 지금까지도 자주 왓었을까요?」
「몰라」리리스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걸 본건 어제가 처음이었고. ……볼포크도 마찬가지지?」
리라스가 바라보자, 볼포크는 가만히 끄덕인다.
나는 계속 질문한다.
「어째서 로봇을 수리 안 하는 걸까요? 아무리 그래도 고철로 만들다니……」
「비용, 비용 때문이야. 수리비를 낼 바에야 고물상에서 다시 사들이는 편이 싸게 먹히니까」
리리스가 명료하게 대답한다. 나는 「……그런 건가요」라고 힘없이 대답한다.
「어쨌든」리리스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우물쭈물할 틈이 없어」
그 순간, 리리스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동시에 볼포크도 살며시 나를 곁눈질했다.
――아, 그런가.
이 순간 나는 리리스의 의사를 깨달았다. 그녀가 탈주를 서두르는 진짜 이유를.
그것은 나와 볼포크를 위해서다.
고철을 짜 맞추어 만든 나와, 굼뜬 볼포크. 혹시 이번에 또 『처형』이 이루어 진다면, 가장 위험한 건 틀림없이 우리 두 사람이다. 리리스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려는 것이다.
「그래서 내일 작전말인데」
리리스는 이야기를 되돌렸다.
「어제도 이야기했다시피, 탈주에는『활로』와 『타이밍』, 이 두가지 조건이 필요해. ……먼저, 탈출 경로」
리리스는 테이블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꺼내들었다. 휜 금속판과 잘려나간 볼트 따위를 어지러이 놓는다.
「여기가 현장이야. 그리고 여기가 『위』고 이쪽이 『장』」
리리스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테이블 위 공사현장의 간단한 요약도가 만들어진다.
「주변 철조망은 고압전류가 흐르니까 무리. 그렇다면 탈출 경로는 둘. 『위』를 돌파해서 해안선으로 도망치던가, 아니면 『장』을 돌파해서 내륙으로 도망치던가. 모두 알고 있겠지만, 위 쪽은 위험아 너무 커. 해안선은 엄폐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금방 열선총을 맞고 말거야」
리리스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으로 피스톨을 만들어 댄다.
「그러니 도망친다면 『장』쪽이야. 이동수단은 반출용 트럭을 훔쳐 타고. 여기부터 도심지까지 도망친다면 다른 일반 차량에 섞일 수 있어」
「저어, 잠깐만요. 빼앗은 트럭은 누가 운전하는 거죠?」
「뻔하잖아. 나야」
「에? 할 수 있나요?」
「난 두 번째 전의 현장에선 운전수였어. 굴삭기 같은 중형차에 탄 경험도 있다고」
「리리스, 무면허」
「볼포크는 좀 가만히 있어」
대화 도중에 끼어든 볼포크를 찰싹 내려치고 리리스는 설명을 계속한다.
「게획은 이래……」
리리스는 탈주 계획 수단을 차례대로 설명한다. 우리는 그 아이디어에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평범한 로봇이라면 상상도 못할, 인간을 비웃을 정도로 대담한 작전이었다.
다만, 나는 리리스의 계획이 한가지 마음에 걸렸다.
「모두 함께 도망가……지는 못하는 건가요?」
「뭐?」리리스가 놀란듯 눈을 깜박거린다.
「그러니, 이왕 탈주한다면 모두 함께――」
「그건 안 돼」
리리스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죠?」
「여긴 로봇이 80대나 넘게 있다고? 아무리 그래도 수가 너무 많아. 게다가 애초에 모두가 우리들 하는 말을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리리스가 냉혹하게 단언한다.
그녀의 경험상, 탈주는 소수만 비밀리에 진행하는 편이 성공하기 쉽기에, 다수로 잘 굴러간 사례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로봇들을 버리는 일이 너무 안타까웠다. 세달 가까이 줄곧 같은 현장에서 살았던 그들에게, 조금 정이 든 건지도 모르겠거니와, 무엇보다도 그 처참한 처형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런 다음 나는 박사님을 떠올렸다. 언제나 쓰러진 로봇을 발견하면 도와주었던 박사님이 모습을. 그래, 박사님이라면 분명――.
그래서 나는 제안했다.
「리리스, 그렇다면 말이에요」
「뭔데?」
「적어도 이렇게 안 해볼레요?」
나는 하나의 제안――『절충안』을 꺼냈다. 그녀는 그 이야길 듣자마자 떨떠름한 표정으로 「으음……」하고 신음했다.
내가 이야기 한 것은, 장난스럽고도 무모한 계획.
【당일】
그 『처형』으로부터 불과 이틀 후, 내가 이현장에 온지 팔십오일째.
심야.
오늘 마지막 폐품 반출 트럭이 현장에 드러난――그 순간.
「로봇 여러분!」
리리스가 외쳤다. 그 손에는 소형 마이크가 들렸다.
「잘 들으세요!」
그 목소리는 현장에 널리 울려 퍼졌다. 왜냐면 다른 몇 몇 로봇 등에, 우리들이 몰래 소형 스피커를 달아 두었으니까 (물론 이것도 폐품으로 얻은 『전리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장치가 더 있다.
「지금부터――전원――여길――나간다――!」
리리스는 명령했다――녹음 테이프에 넣어둔 『현장감독』의 목소리를 재생해서.
그런다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내가 매일 들었던, 바로 그 대사가 울려퍼졌다.
「이건 명령이다――!」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현장 감독의 목소리로 명령을 받은 로봇들은, 일제히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질퍽한 땅을 달려서, 몇몇은 위로, 몇몇은 장으로.
이런 갑작스런 소동에 감시원은 패닉에 빠졌다.
「뭘 하는거냐, 멈춰! 전원 멈춰라! 이건 명령이다!」
그러자 도망치던 로봇들이 마치 어떤 놀이처럼 동작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계산했던 바.
「지금부터――전원――여기를――나간다――! 이건 명령이다――!」
테이프는 다시 반복한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명령을 받은 로봇들은 속박에 풀려난 것처럼 사방팔방으로 도망쳤다. 도다시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리리스의 처음 계획은, 다른 로봇들을 『미끼』로 쓸 예정이었다. 여차할 때를 대비해 녹음․편집한 현장감독의 명령 테이블을 방송해서, 혼란한 틈을 타서 우리들 셋만 탈주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계획에 다른 아이디어를 덧붙였다. 「그렇다면, 모두들 안전 회로를 해제히 두면 곧바로 같이 탈주할 수 있잖아요?」라고.
해제작업은 맥이 풀릴 정도로 간단했다. 그 어떤 로봇의 안전회로도 양산형에 싸구려라서 억지로 뜯어내면 금방 해제 가능했다. 그러니 우리들은 어젯밤 분량을 나누어 약 팔십대 로봇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해제해 주었다. 리리스는 「이런 짓을 한들……」라면서 궁시렁댔지만, 결국 도와주었다.
그렇게 되어 이 『로봇 대탈주』를 실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긴급 정지다! 긴급 정지!」
위잉 경보음이 울려 퍼진다. 현장감독이 허리에 차 둔 긴급정지버튼을 정신없이 누르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지만 안전회로가 없는 로봇들에겐 아무런 효과가 없다.
여기까진 계획대로.
한편, 혼잡하고 떠들썩한 가운데, 단 하나 볼포크만이 폐품을 든 체 멈췄다. 조금 무릎이 꺾인 자세로,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의 안전회로는 리리스가 못 풀었기에 긴급 정지 버튼의 효과를 받고 만 것이다.
「어이――오십번을――여기에――날라라!」
리리스가 테이프를 재생하여 가까이 있던 로봇에게 명령한다. 원래대로라면 안전회로가 해제된 로봇들이 명령을 들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 스며들고 익숙해진 공포에 그들은 실로 간단히 볼포크의 주변에 모였다.
경직된 볼포크를 로봇들이 넷 달라붙어 나른다. 볼포크가 아무리 거대한 몸집이라곤 해도, 폐품을 지긋지긋하게 나른 로봇들에게 있어선 손쉬운 일이라, 순식간에 거구는 트럭 화물칸에 실렸다.
「히익!」하고 트럭 운전수가 눈길도 주지 않고 도망친다. 리리스는 남은 자동차 키를 돌려 시동을 건다. 탈주 계획의 중요 요소인 차량을 훔치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지금부터――전원――여길――나간다――! 이건 명령이다――!」
리리스가 다시금 녹음 테이프를 흘려보내자, 볼포크를 나르던 로봇들은 장난치다 들킨 꼬마처럼 일제히 흩어졌다. 그중에는「안녕이다!」「잘지내!」라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아, 안녕히가세요! 부디 무사히……!」
나도 있는 힘껏 팔을 흔들어 이별을 알린다. 이젠 두 번다시 그들을 만날 수 없겠지――그런 예감이 가슴에 벅차올랐으니까.
계속 울려 퍼지는 사이렌. 폭주하는 로봇, 감시원의 호통, 울려퍼지는 가짜 현장 감독의 명령――한밤중의 공사 현장은 지금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아이리스! 가자!」
운전석에서 리리스가 소리친다. 트럭 엔진 소리가 말의 투레질처럼 나를 다그친다.
「아, 잠, 잠깐 기다려요!」
나는 허둥지둥 트럭으로 캐터필러를 움직인다.
「자, 잡아!」
리리스그 손을 내민다. 하반신이 캐터필러이기에 자동차까진 쉬이 다가간 나를 리리스가 꾹 조수석까지 들어 올린다. 이런 때에 그녀의 완력이 참으로 실감 난다.
「출발한다!」
마치 지금부터 드라이브라도 나가는 것처럼, 리리스가 흥겹게 소리쳤다.
엑셀을 밟고 엔진이 우르릉 거리더니, 탈주차는 세 탈옥범을 태우고 한밤중 길을 달려나갔다.
【battery=04:50:36】
트럭이 스피드를 마구 올린다. 『장』구역에 설치된 벨트 컨베이어를 스치고, 굴러다니는 폐품을 튕겨내며 질주한다.
마지막 관문은 현장 출구인 수위실이다.
「거기 트럭 멈춰!」
수위실 스피커가 정지 명령을 내린다. 출구는 차단기로 가로막힌데다 원추형 라비콘이 가로로 나란히 우리들의 길을 막고 있다.
「방해하면 납작해진다!」
리리스는 과격한 말을 내뱉으며 멈출줄 모르고 트럭의 스피드를 올린다.
「부, 부딪혀요!」
내가 외친 순간엔 이미 부딪혀 있었다. 라비콘이 몇 개 튕겨나가고 차단기를 부수고, 트럭은 순식간에 제1관문을 돌파했다.
「흥, 간단하지!」라고 리리스가 말했다. 핸들을 쥔 그녀의 눈은 찬란하게 빛났고 입가에는 인격이 바뀐 것처럼 스산한 미소를 짓고 있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으,으아아아……」라며 필사적으로 안전벨트를 찼다. 차체가 흔들흔들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리는지라 이미 천장에 머리를 세 번이나 부딪혔다.
트럭은 마부를 잃고 날뛰는 말처럼 자갈길을 맹렬히 달려나갔다, 조금 후엔 일반 도로로 나왔다.
「리리스!」
「왜!」
「모두들 잘 도망 쳤을까요!」
「글쎄! 하지만 할 만큼 했잖아! 남은 건 자기 책임이야! ……그런데 아이리스!」
「왜요?」
「자동차는 하늘 날 수 있을까?」
「……네?」
「제2관문이야!」
리리스가 바라보는 방향에 『통행금지』라는 간판이 있었고, 아스팔트가 깊이 파인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 이대로 돌진했다간 틀림없이 전복하고 만다.
「브, 브레이크!」나는 재빨리 머리를 숙였다.
「멈추면 지는거야!」리리스는 더더욱 스피드를 올린다.
「자, 잠깐, 리리스!?」
내가 외친 순간, 통행금지라고 쓴 커다란 간판이 쿵쾅 날아가며 트럭은 도로에 쌓아 올려둔 흙더미를 점프대 삼아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그리고 쿵쾅거리며 착지했다.
「클리어―!」
훌륭하게 구멍을 뛰어넘은 리리스가 기쁘다는 듯 외쳤다. 이미, 운전이 난폭하다는 레벨이 아니다.
「아이리스, 라디오 켜!」
「난 그런기능 없어요!」
「아니야, 자동차 라디오 말이야! 거기 튀어나온 스윗치를 눌러!」
「이, 이거 말인가요?」
「그건 비상등이야! 아래쪽, 그래, 그거!」
나는 허둥지둥 라디오 스윗치를 누른다. 지, 지직 하는 소음이 차안에 울려 퍼진다.
「주파수 맞춰!」
「잠깐 기다려주세요!」
거세게 흔들리는 차안에서 나는 착칼거리며 방송국을 고른다. 하지만 노래나 음악만 나오지 교통 정보는 안 나온다.
「교통 정보는 안 나와요!」
「그게 아냐! 음악이야, 음악!」
「네? 음악? 왜요?」
내가 이상하다는 듯 물어보자, 리리스는 기운차게 소리친다.
「기운 내려고 그러는 거잖아!!」
몇 초 후, 차안에는 신나는 록풍 음악이 흘러나왔다. 리리스의 소망대로 큰소리로.
「저, 저어!」나는 귀를 막으며 소리친다.
「왜그래 아이리스!?」리리스도 큰소리로 대답한다.
「괜찮아요!? 이렇게 거친 음악인데!」
「괜찮아! 이런 건! 뭐나 해도 기세가 중요해! ……자, 제 3관문!」
눈 앞에 자동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아무래도 신호를 기다리는 모양이다――라고 여유롭게 생각할 틈도 없이, 리리스는 또 액셀을 밟고 풀 스피드로 자동차를 향해 돌진한다. 라디오에서는 록 가수가 절규한다. 이미 뭐가 뭔지 모르겠다.
「비켜비켜비켜어어어!!」
리리스는 핸들을 뱅글 돌리며 도로 오른쪽으로 트럭을 접근시켰다. 자동차와 가드레일 사이를 지나갈 셈이다――아니 트럭이 지나갈 틈은 도저히 없다.
「이 리리스님이 비키라잖아!!」
리리스는 경적을 연신 누른다. 앞의 차 운전수가 무슨 일인가 돌아보더니, 그 표정이 공포에 일그러지고 자동차들이 나 몰라라 도망친다.
그리고 리리스는 트럭 오른쪽을 가드레일에 딱 붙이고, 왼쪽으로는 앞서 가든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날리면서 신호를 기다리던 다섯 대를 단숨에 돌파했다.
「잠깐, 리리스, 교차로!」
신호 다음엔 아니나 다를까, 차가 지나가는 교차로.
하지만 리리스의 사전에 브레이크란 문자는 없다. 그녀는 경적을 마치 장난감처럼 신나게 누르며 스피드를 올린다. 록 가수가 「GO! GO! GO!」라고 절규하며 한창 최고조에 달했다.
교차로에서 돌연히 나타난 폭주 트럭에 놀란 다른 차량이 급브레이크, 끼기긱 하는 마찰소리가 겹쳐지더니, 그 직후 우리들의 트럭이 탄환처럼 교차로를 빠져나간다. 뒤에서 경적 소리가 났지만, 이미 확인할 기운도 전혀 안 난다.
나는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지만, 록 가수는 낮은 목소리로 신나게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했고, 리리스도 그에 맞추어 기분 좋다는 듯 흥얼거린다.
「저 리리스, 슬슬 스피드 떨어뜨리는게……」
「이제 오셨다고!」
「네?」
「뒤야! 제4관문!」
나는 창문으로 뒤를 바라본다. 경찰 비상등을 킨 차량이 셋., 우리들을 쫓아왔다.
――경찰!
【battery=04:46:03】
「거기 트럭! 지금 멈춰!」경찰 차량이 당연한 명령을 했다.
「차량을 왼쪽에 세워!」
「저, 저기 경찰이!」나는 깜짝 놀라 소리친다.
「경찰이!?」화난 표정으로 다시 물어보는 리리스.
「멈추라는데요!」
「그래서!?」
「에, 저……어쩌죠?」
「짭새 같은 건 따돌릴거야!」
리리스는 액셀을 더더욱 밟았다.
엔진이 우렁차게 소리치며 제한 속도를 단숨에 몇 배는 넘어설 듯 한 스피드로 커브로 돌진한다. 원심력으로 나는 왼쪽 문에 부딪힌다.
「어때!? 거리는!」
「꽤, 꽤 많이 떨어졌어요! 하지만 아직 쫓아와요……앗!」
「왜 그래 아이리스!」
「뭐, 뭔가 나왔어요!」
「알아 듣도록 설명해!」
「작은게 나왔어요!」
리리스가 「그래서 그게 뭔데!?」라며 창문에서 고개를 내민다. 긴 머리카락이 생물처럼 바람에 나부낀다.
「으악, 『교기(交機)』잖아!」
뒤로 로봇들이 쫒아왔다. 상반신은 사람 모습이었지만, 하반신은 네 개의 바퀴――즉 로봇카다. 머리 위 경찰 비상등은 경찰차량이라는 증거이다.
「교기?」
「교통기동경찰로봇이야! 속도위반 차량을 잡는 경찰의 하수인!」
「저, 점점 다가와요!」
「알아!」
리리스는 더더욱 액셀을 밟는다. 하지만 교기 로봇이 훨씬 빠르다. 차이가 점점 좁혀진다.
「거기 차량, 정지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갑니다. 거기 차량……」
뒤에서 전자음이 경고한다. 그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압박감이 느껴진다.
「리리스, 무, 무슨 무기같은 걸 들고 있어요!」
「무기라니 뭔데!」
「권총이에요!」
「칫, 타이어를 쏘아 펑크시킬 셈이네……아이리스!」
「뭔가요!」
「영격해버려!」
「네에!?」
「밑에 공구함이 있잖아!」
그러고 보니 조수석 아래엔 공구함이 있었다. 리리스가 내 머리를 열 때 사용했던 것이다.
「그걸 도로에 쏟아! 」
「에? 어째서요?」
「됐으니까 빨리!」
나는 영문을 몰랐지만, 교기 로봇이 위협사격을 시작하자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에잇!」
시킨 대로 공구함 볼트를 한웅큼 쥐고, 창문으로 집어 던졌다. 밤 도로에 쩔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볼트가 흩어진다.
그러자마자 한 대의 교기 로봇이 볼트를 밟고 미끌어졌다.
「더, 더! 있는 것 전부 먹여줘!」
「아, 알겠습니다!」
나는 공구함을 통째로 뒤집어 내용물을 단숨에 뿌린다. 기분 좋을 정도로 신나게 불법튀기한 볼트, 넛트, 못, 나사, 톱날 따위가 굴러간다.
이건 효과가 있었다. 교기 로봇은 차례대로 부품을 밟고 미끌어지고, 전복되거나 코스에서 벗어나갔다.
「이건……기름?」
잘 살펴보니 공구함 안은 기름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교기 로봇이 그렇게나 간단히 미끌어진 것은 이것이 원인인 모양이다.
「어때? 유비무환이야」리리스가 멋지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좋았어, 이대로 옆 마을가지 달려간다--」
그 순간이었다.
「리리스, 앞에!」
내가 소리치자, 「거짓말……!」리리스의 안색이 순식간이 바뀌었다.
도로 앞쪽에는 무수히 많은 경찰 비상등이 빛나고 있었고, 이 트럭에 버금갈 정도로 커다란 대형 장갑차가 여럿 벽을 만들어 길을 막고 있었다.
「큰일이다!」
리리스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늦었다.
장갑차 위에서 빛의 화살이 쏘아지고, 앞 유리창은 새파란 섬광으로 뒤덮였다.
---------------------------------------------------------------------
3장도 서너부분으로 나뉘어질 것 같습니다.
'번역작업 > 비오는 날의 아이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3장 탈주 - 1 (0) | 2012/05/13 |
|---|---|
| 제2장 환생 - 3 (2) | 2012/05/06 |
| 제2장 환생 - 2 (2) | 2012/04/30 |
| 제2장 환생 - 1 (2) | 2012/04/16 |
| 제1장 해체 - 3 (2) | 2012/04/02 |
| 제1장 해체 - 2 (2) | 2012/03/26 |

